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이별도 하고,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 게 겁날 뿐이다.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좋으련만,여름이 끝나지 않으면 좋으련만,그렇게 생각만 한다.마음이 약해진다.요시모토 바나나 / N.P.계절은 참으로 성실하다.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상관없이,계절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온다.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또 봄이 지나가면 여름이 찾아온다. 여름 다음에는 가을이다.가지가 죽은 가을.그렇게 계절이 되풀이되고 가지의 존재는 조금씩 멀어져간다.별똥별 머신 / 하시모토 츠무구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문득 돌아보니 우리는 황당한 장소에 내버려져 있고, 안내해줄 사람도, 먹을 것을 줄 사람도 없고, 살아가려고 보니 삶의 모든 것을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우는 소리나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울고 있다가는 그것만으로 체력을 소모해 버린다.오로지 걸을 수 밖에 없다. 눈물은 펑펑 넘쳐났다. 눈물샘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그렇게 눈물을 쏟는 건 굉장히 기분 좋았다. 어딘가 막혀 있던 것이 조금씩 녹았다. 목이 오그라드는 아픔조차도 기분 좋아서 나는 줄줄 눈물을 계속 흘렸다. 콧물도 뚝뚝 흘렸다. 이런 식으로 운 건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양이 도둑과 목요일 키친 / 하시모토 츠무구어린 시절, 내가 울면 아빠는 재미있어했다."너는 혼심의 힘을 다해서 우는구나"라고 말했다.옳은 말이었다. 나는 울보였고, 게다가 혼심의 힘을 다해서 울었다."마치 세상의 끝 같구나" 아빠는 재미있어 했지만,나는, 울 때면 늘, 세상의 끝이었다.이 세상은 울 때마다 끝났다. 몇 번이든. 그리고, 한 번 끝난 이 세상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에쿠니 가오리 / 웨하스의자행복한 날들은 결국 퇴색되지만 ,그래도 일상은 계속된다. 세월이나 시간은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스왈로 테일 / 이와이 슈운지이제 잠을 잔 뒤 다시 눈을 뜨면 기다리고 있을 내 인생이 두려웠다. 이렇게 이곳에서 오천 년쯤 잠들어 있고 싶었다. 마지막 눈물 찌꺼끼가 귓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윤희의 작은 손이 깃털처럼 내 어깨 위에서 가볍게 토닥거리며 부드럽게 잠 속으로 나를 이끌어갔다.이제 나는 윤희가 이 세상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뒤 문득 나란 놈이 그리워질 때 그때 다시 깨어날 것이다. 신이현 / 잠자는 숲 속의 남자
♬ 사랑해 미안해 - 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