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꼭 행복해질 것 같다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마음속에 가지 않아야 할 이유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다시 보면 가야만 할 이유들이다

이유들은 저희들끼리 열렬하게 부딪치고 열렬하게 헤어진다

또다른 한 곳에서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마음이 자란다

정말이지 두고 보고 싶다,

그런데 그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말이지 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마음은 보잘 것 없이 시든다

결국 가야만 하는 구나, 체념한 나는 할 수 없이 간다

사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고야 만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왜 꼭 가야할 곳처럼 생긴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왜 그곳에 가면 행복해질 것 같은지

몇번씩 가보아도 알 수가 없다


p.s. 욕망에 대해서는 너무 깊이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잡혀 먹힐 확률이 높아지니까.


황경신 / 그림같은 세상 중에서



길거리에 서서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던 날이 있었다.

막 감고 나온 젖은 머리가 얼어붙었다.

밤바람에 뺨이 터질 것 같은데도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다.

터널을 빠져나와 내 앞을 질주해가는 자동차들을

세 시간 동안 지켜본 다음에야 얼음을 털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그를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운전교습소에 나갔다.

언제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해변으로 숲길로 내달릴 생각을 했다.

기다리지 않는 대신 길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고통을 단호하게 끝내고 싶었다.

간혹 신새벽에 깊은 밤중에 길을 떠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기다림을 끝장 낼 수는 없었다.

인생은 기다리는 순간들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이기도 했으니

기다리지 않는 삶이란 존재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누군가 내게서 떠나는 것을 백미러로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가왔다가 멀어지면 그 자리에 풍경이 남았다.

모든 풍경을 백미러 안에 두는 새로운 기다림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양손에 붙들고 있는 핸들을 놓으면,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저 풍경과 다정하게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결을 쓰다듬으며 감싸 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그런 축복은 허락되지 않는다.

친밀감이 오히려 두려운 세상이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차를 몰고 가다 가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났을 때

차를 버리고 하염없이 걸어서

풍경 저편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을.


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잃어버린 사랑은,

철거된 건물처럼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잔상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잔상이기 때문에

보다 더 선명하게 마음에 계속 투사되는 면도 있다.

남겨진 건물보다도 철거된 건물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듯이.


오사키 요시오 - 9월의 4분의 1
































































♬ 남자 - 남규리

'노래모음 > 가요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비킴 - 소나무  (0) 2009.10.01
박혜경 - 레몬트리  (0) 2009.10.01
사랑해 미안해 - 지아  (0) 2009.10.01
조관우 - 길  (0) 2009.10.01
얼굴이 못생겨서 미안해 - 장연주  (0) 2009.09.30
Paul Mauriat  (0) 2009.09.30
공병호 / 초콜릿  (0) 2009.09.30
나쁜 사람 - 황진이  (0) 2009.09.30
Mother Of Mine  (0) 2009.09.30
상처  (0) 2009.09.3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