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땐 무슨 생각을 했어요?"

"20대가 되길 바랬어."

"20대 때는 30대가 되길 바랬나요?"

"그래, 그랬어. 어떻게 알았어?"

"......"

"10대 땐 20대가 되면, 20대 땐 30대가 되면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치유되리라, 생각했거든.

무엇인가 든든한 것이 생겨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늘 등짝에 멍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마음을 거둬가주리라,

그렇게 부질없이 시간에 기댔던 것 같아.

20대의 어느 대목에선가는 20대가 참 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

격정은 사라져도 편안해지리란 이유로

어서 나이를 먹었으면 했어.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수습할 길 없는 좌절감에서는 빠져나오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가치 기준도 생기고

이리저리 헤매는 마음도 안정이 되지 않겠는가.

그때쯤이면 어느 소용돌이에도 휘말리지 않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지 않겠는가."

"그런데요?"

"어리석었어. 무슨 생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기댔을까.

시간은 밤에 문득 잠이 깨서 그저 가만히 누워 날을 새게 하거나,

현재진행형의 일들을 문득 지워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버리게 하거나 했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평화로워지기는커녕

이제는 무슨 일을 시작해서 실패를 하면

그 실패의 영향이 내내 앞으로의 인생에

상처로 작용하게 될 것 같아

살얼음판을 딛는 것같이 조심스러워.

어쩌면 인간이란 본래 이런 것일까?

본래 어느 구석이 이렇게 텅 비어 있고,

평생을 그 빈 곳에 대한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일까?"


신경숙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넌 그동안 사랑해본 적 없었니?"

"했었죠... 하지만 잘 안됐어요.

나 자신보다 그 남자를 더 사랑할 수가 없었거든요.

지적이고 매너있고 세련되고 배경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무랄 데 없었지만

그냥 왠지 일생을 서로 더치페이할 것 같았다 할까요. "

"어차피 인생은 쓸쓸한거야.

가족과 진실한 친구가 있어도

멋진 연인과 매일 밤 잠자리에 든다고 해도 인생은 쓸쓸해.

결국은 혼자인거지.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해.

어차피 쓸쓸한 거면 이왕이면 조금은 기분좋게 쓸쓸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게 아닐까?"


이도우 / 사랑스런 별장지기



'경혜야 너무 사랑해. 그런데 너 세상 그렇게 살지마.'

그는 물끄러미 그 낙서를 보고

손가락으로 글씨가 적힌 벽면을 살짝 문질렀다.

"이거 쓴 사람, 너무 마음 아팠나 봐."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날을 회상했다.

"응. 나, 그 청년 기억나. 학생들 같았는데...

밤늦게 친구들하고 같이 왔다가,  취해서 탁자에 엎드려 있더니

부스스 일어나서 낙서하더군.

가고 난 뒤에 치우면서 보니까 그렇게 써놨네."

그녀가 피식 웃었다.

" 기왕이면, 경혜한테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지."

그는 그녀에게 담담히 이야기 했다

" 자기도 몰랐겠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경혜가 틀렸다는 건 알아도, 맞는 건 또 못 가르쳐주는 법이거든…."


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언젠가 내게 외로울 때가 있는가? 하고 물었지?"

"제가요?" 그녀는 멋쩍어져서인지 유리잔을 들어 찬물을 들이켰다.

"그래서 그때 뭐라고 대답했어요?"

"못했어."

"?"

"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었거든."

"......"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그때가 내가 외로운 때거든.

당신이 뭔가를 물끄러미 응시하거나

손가락으로 한가지 동작을 계속하고 있을 때

그런 때가 내 마음이 외로운 때야.."


신경숙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그가 원한 것은 지식의 공유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의 공유였다.

"아, 재밌었다." 하면서 마주보고 웃고,

"정말 슬프더라."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 그 영화 기억나?" 하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싶었다.


영화처럼 / 가네시로 가즈키



왜 결혼 안해요. 라는 말을 나는 그녀에게 여러 번 들었다.

너 때문에,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 우물쭈물하고 말았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어,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



나는 신이 인간을 만들 때

바코드처럼 심장에 번호를 매긴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탈까봐 다 짝을 지어

똑같은 숫자를 두 명에게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17의 숫자를 가진 사람은 17을 찾고,

318을 가진 사람은 318을 찾는다.

22를 가진 나는,

나와 똑같은 22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 사람이 바로 너다.

쿵, 너였구나.

갑자기 눈이 아파왔다

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눈물이 날 것처럼 머리가 뜨거워졌다.


조진국 /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OS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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