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물고기 자리 / 이안

자판기위탁운영 2009. 9. 30. 18:24


네가 내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거다.

아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으로 피를 흘리게 해.

하지만, 괘념할 건 없다.

나는 널 원망하지 않는다.

모든게 너의 슬픔 탓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안나 가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랑의 최초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심리적이고 인식론적인 수많은 의심을 무릅쓰고

내 마음 상태를 사랑이라고 불렀다면,

그것은 아마 사랑이라는 단어는

절대 정확하게 사용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날마다 내게 던져 내던 그 말들이 하나도 그른 것이 아니었음을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빈약한 것이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떠나와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내 곁의 당신, 마냥 작은 몸짓인 줄 알았는데

이처럼 소중하게 가슴을 치는 존재였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떨어져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자리잡은 당신이 이토록 나의 가슴 한가운데에 있었음을

내 삶의 반은 이미 당신에게 있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마주하지 못하니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내게 보여주던 그 미소는 나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배려였음을

한 번도 내가 눈치 채지 못해 왔던 당신의 사랑이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떠올려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의 눈망울과 입술 너머 넘칠 듯한 사랑이 있었음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린

진정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그 동안 무던히도 기다렸던 비가

소리도 없이 내 마음의 뜨락에 피어 있는 목련꽃들을 적시고 있습니다.

이런 날엔 지독히도 그리운 사람이 있지요.

목련꽃처럼 밝게 웃던 그사람.

가까운 곳에 있더라도 늘 아주 먼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 사람도 지금쯤 내리는 저 비를 보고 있을는지.

내가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 또한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는지.

설마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내리는 비는 내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파고듭니다.


그대가 지독히도 그리운 날 / 이정하




미루나무가 서있는 강 길을 걷는다.

강 건너 마을에 하나 둘 흔들리며 내걸리는 불빛들.

흔들리는 것들도 저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그래 불빛, 흘러온 길들은 늘 그렇게 아득하다.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그토록 나는 저 강 건너의 불빛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것이구나.

바람에 흔들이는 나무들.

흔드리며 손짓하는 그 나무들의 숲에 다가갔다.

숲을 건너기에는 내몸은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지나간 세상의 일을 떠올렸다.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들끓게 하였던 것들.

끝없는 벼랑으로 내몰고 갔던 것들.

신성과 욕망과 내달림과 쓰러짐과 그리움의 불면들.

굽이굽이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굽이에서 끝난다.

폭포, 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버린다.

다시 네게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꽂힐 수 있느냐.

내리꽂힌 그 삶이 깊은 물을 이루며 흐르므로,

고이지 않고 비워내므로 껴안을 수 있는 것이냐.

그리하여 거기 은빛 비늘의 물고기떼,

비바람을 몰고 오던 구름과 시린 별과 달과

크고 작은 이끼들 산그늘마저 담아내는 것이냐.


박남준 / 나무, 폭포, 그리고 숲 중에서

























































♬ 물고기 자리 / 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