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김윤아 - 봄이 오면

자판기위탁운영 2009. 9. 30. 14:36


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겠습니다.

더딘 열차에서 노곤한 다리 두드리는 남루한 사람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지도에도 없는 간이역 풍경들과 눈인사를 나누겠습니다.

급행열차는 먼저 보내도 좋겠습니다.

종착역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운영이 피고 진 넓은 들을 만날 수 있다면.

들이 끝나기 전, 맨발로 흙을 밟아 보겠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천천히 흙내음에 한참을 젖겠습니다.

쉬엄쉬엄 걷는 길 그 끝 어디쯤에 주저앉아

혼자 피어있는 동백이며 눈꽃이며

키 작은 민들레의 겨울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봄이 깊기를 기다리라고 이르기도 하겠습니다.

기차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열고

해지는 들에서 노을 한 개비를 말아 피우겠습니다.

이제껏 놓지 못한 시간을 방생하겠습니다.

봄이 오기 전, 완행열차를 타고 남으로 가겠습니다.

남녘 어디라도 적당합니다.


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겠습니다 / 김두일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다.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꼭 찾아내길 바란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 김동영



여행은 지도가 정확한 지 대조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도를 접고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차츰 길이 보이고,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보물처럼

인생의 신비가 베일을 벗고 슬그머니 다가올 때도 있다.

어느 낯선 골목에서 문득 들려오는 낮은 음악처럼

예상치 못한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김미진 / 로마에서 길을 잃다 중에서



나는 인생이란 산맥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산맥에는 무수한 산이 있고 각 산마다 정상이 있다.

그런 산 가운데는 넘어가려면 수십년 걸리는 거대한 산도 있고,

1년이면 오를 수 있는 아담한 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열심히 올라온 끝에 밟은 정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 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삶을 갈무리할 나이쯤 되었을 때,

그곳에서 여태껏 넘어온 크고 작은 산들을 돌아보는 기분은 어떨까?


한비야 /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















































♬ 김윤아 - 봄이 오면 P